편집국
대한민국 교회문화의 새로운 가능성
오늘날 대한민국의 기독교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빠른 성장과 역동성을 경험하였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교인들이 쉽게 말하지 못하는 또 하나의 부담이 존재한다. 바로 ‘헌금에 대한 심리적 압박’이다.
물론 헌금은 신앙공동체 유지와 선교, 구제, 교육을 위한 중요한 신앙행위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이 어느 순간 은혜의 표현이 아니라 신앙의 평가기준처럼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실제로 한국교회 안에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교회를 떠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실직과 폐업, 노후빈곤, 청년세대의 주거불안 속에서 일부 성도들은 예배보다 헌금시간을 더 부담스러워한다.
특히, 새신자나 사회적 약자들은 “교회에 가면 돈을 내야 한다”는 선입견을 갖게 되고, 이는 결국 복음의 접근성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곤 한다.
신앙의 자유가 경제적 부담과 연결되는 순간, 교회는 본래의 영적 환대(hospitality)를 잃게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에서 이제 한국교회도 ‘정기헌금 중심 구조’를 넘어 보다 장기적이고 자발적인 ‘생애기부 문화(Legacy Giving)’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는 평상시에는 누구에게도 경제적 부담을 강요하지 않되, 신앙 안에서 삶을 마감하는 시점에 자신의 재산 일부를 교회나 사회적 선교를 위해 기부하는 방식이다.
이미 서구권 교회들에서는 이러한 문화가 상당 부분 정착되어 있다.
미국의 대형교회들과 기독교 재단들은 ‘Planned Giving’ 혹은 ‘Estate Donation’ 제도를 운영한다.
교인들은 생전에 자유롭게 신앙생활을 하다가, 유언장이나 신탁(Trust)을 통해 사후 재산 일부를 교회, 장학재단, 병원, 선교기관 등에 기부한다.
영국 '성공회'나 독일의 일부 교단도 유산기부(endowment)를 통해 교회 운영과 사회복지 사업을 지속한다.
특히, 북유럽 국가들의 경우에는 교회가 단순한 헌금기관이 아니라 사회적 공공기관의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교인들은 평생 신앙공동체 안에서 돌봄을 받다가 생애 마지막에 자연스럽게 공동체에 환원하는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재정확보가 아니라 “신앙의 유산”을 다음 세대에 남긴다는 개념이다.
반면 한국교회는 상대적으로 ‘현재의 운영비 중심 구조’에 지나치게 의존해 왔다.
건축헌금, 감사헌금, 절기헌금, 특별헌금 등 다양한 명목의 헌금이 반복되면서 일부 교인들은 교회를 영적 공동체가 아닌 재정조직처럼 느끼기도 한다.
물론 모든 교회가 그런 것은 아니다. 오히려 조용히 헌신하며 투명하게 운영되는 건강한 교회들도 많다. 그러나 사회 전체의 인식은 아직 충분히 긍정적이지 못하다.
따라서 앞으로의 한국교회는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문화적 전환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첫째, 헌금의 완전한 자율성 확립이다.
헌금은 신앙의 의무 이전에 감사의 표현이어야 한다. 금액이나 횟수가 신앙의 수준처럼 해석되는 분위기는 지양되어야 한다.
둘째, 교회의 재정 투명성 강화이다.
외국 교회들처럼 외부회계감사와 연간 재정보고를 제도화하면 교인들의 신뢰는 훨씬 높아질 수 있다.
셋째, ‘생애기부’와 ‘유산기부’ 제도의 활성화이다.
교회는 성도들에게 부담을 요구하기보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믿음을 사회적 가치로 남길 수 있는 품격 있는 기부문화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넷째, 교회의 공공성 회복이다.
유산기부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교회가 지역사회 복지, 장학사업, 돌봄사역 등 공익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사람들은 신뢰하는 기관에 자신의 삶을 맡기기 때문이다.
초대교회는 가진 자가 없는 자를 돕는 공동체였다.
그 중심에는 강요가 아닌 자발성이 있었다. 성경 또한 “하나님은 즐겨 내는 자를 사랑하신다”고 말한다. 이는 액수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자유를 의미한다.
이제 한국교회도 시대적 변화 앞에서 질문해야 한다.
교회는 과연 사람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먼저 느끼게 하는 공간이어야 하는가?
아니면 아무 조건 없이 누구나 와서 위로받고 쉼을 얻을 수 있는 영적 안식처여야 하는가?
만일 한국교회가 헌금 중심의 문화에서 벗어나 신뢰와 자율, 그리고 생애기부 중심의 성숙한 공동체로 변화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부담 없이 교회의 문을 두드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교회는 재정을 통해 성장하는 조직이 아니라, 사랑과 신뢰를 통해 기억되는 공동체로 다시 서게 될 것이다.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new.jookyung.com/news/view.php?idx=79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