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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관유적도첩(北關遺蹟圖帖) 中 수책거적도 (守柵拒敵圖) - 

                                      그림이 전하는 녹둔도 전투


  이순신 장군의 녹둔도 전투에 대한 자료에는 그림도 있다. 

고려대학교 박물관은 《북관유적도첩 北關遺蹟圖帖》이란 화첩을 소장하고 있는데 고려 예종때부터 조선 선조때까지 북관(北關-함경도)지역에서 용맹과 기개를 떨치며 활약한 인물들을 기리기 위해 18세기 때 제작되었으며 총 8가지의 이야기를 화폭에 담고 있다. 


  그 속에는 고려시대의 윤관이 여진족을 몰아내고 6성을 쌓은 이야기가 담긴 <척경입비도>, 조선 세종때 김종서가 여진족을 물리치고 6진을 개척하였을 때의 일화를 그린 <야연사준도>, 세조때 신숙주가 여진족에게 공격당했을 때의 일화를 그린 <야전부시도>, 이시애의 반란 당시 일화, 특히 약관의 남이 장군이 이시애의 난을 평정한 것을 그린 <등림영회도> 등 우리에게 많이 익숙한 인물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 책에서 일곱 번째로 등장하는 <수책거적도(守柵拒敵圖)>가 바로 이순신 장군의 녹둔도 전투를 묘사하고 있다. 


  《실록》에 나와 있듯이, 임금은 녹둔도 전투를 패전으로 규정하지 않았다. 더구나 두 차례 왜란을 거치면서 이순신은 국가로부터 나라를 구한 영웅으로 추앙되었다. 그래서 그림이 그려지고 남을 수 있었다. 정부 주도의 그림으로 그려졌다는 사실은 다시 말하면 후대에 이순신의 녹둔도 전투가 '승전' 또는 그에 필적하는 업적으로 평가됐음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이 그림의 제목은 수책거적(守柵拒敵), 목책을 지키며 적을 막아냈다는 뜻이다. 그림 옆에 간략한 해설이 붙어 있는데 이런 내용이다.


  "선조 정해년에 순찰사 정언신이 녹둔도에 둔전을 설치하고 조산만호 이순신에게 맡겼다. 가을이 와서 수확할 때가 되자 주변 오랑캐의 여러 족장과 내륙 깊은 곳의 물지개 등이 무리를 불러 모아 추도에 군사를 숨겼다. 수비군이 얼마 되지 않아 약하고 농민들이 들판에 퍼져 일하자 무리를 이끌고 쳐들어왔다. 


  먼저 기병으로 포위하고 목책을 따라 노략질을 했다. 이때 목책 안의 군사들이 모두 들에 나가고 머릿수가 얼마 되지 않아 곧 버티기 어려워졌다. 족장 마니응개가 참호를 뛰어넘어 목책 안으로 들어오려 하므로 목책 안에서 화살을 쏴 거꾸러뜨리니 적들이 패해 달아났다. 이순신이 목책을 열고 쫓아가 잡혀간 농민들을 구해 돌아왔다.“


  그림에서 보면 활을 쏘고 있는 병사들 뒤쪽으로 곡식을 모아두는 용도로 추정되는 움막집 형태의 저장시설 6기가 자리를 잡았다. 백성들 몇이 밖에 나와 싸움 현장을 보면서 걱정스러워하고 있다. 바로 이어서 좌우로는 백사장을 갖춘 넓은 두만강이 보이고 높은 산들이 형상화 되어 있다. 아마 산이 많은 함경도를 나타낸 것으로 생각되며 전투가 벌어진 일대는 녹둔도로 짐작된다. 


  그림대로라면 이순신 장군은 배수진을 치고 각오를 다짐한 것 같다. 오른쪽 군 막사 건물과 큰 바위와의 사이에는 긴 잎이 특징인 밤나무가 두 그루가 보인다. 왼쪽 막사 뒤 및 나머지 나무들은 모두 추운 지방에 흔한 비술나무다. 밤나무나 비술나무 모두 황갈색으로 단풍이 들어가고 있으므로 그림의 계절은 한창 가을이 무르익는 양력 10월 중하순이다. 오른쪽 바위 앞으로는 바둑판 모양의 구획이 가지런한 밭에는 수수를 수확하다가 전쟁이 나자 금방 피신한 것으로 보이는 흔적이 남아 있다. 팽개쳐버린 지게와 낫 한 자루는 상황이 급박했음을 보여준다. (박상진 경북대학교 명예교수의 글을 참조)


김춘산 (c4456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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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11-14 16:5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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